"트럼프 정부에서 비트코인 '안전자산' 입지 강화" 기대
"20만 달러까지 간다"…거시경제 불확실성 우려도 존재 


비트코인의 시세가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대한 기대로 다시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자산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약속한 바 있다. 특히 비트코인을 미 연방정부의 전략준비자산으로 보유할 것이란 약속이 이행되면 가상자산 시장은 큰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효과로 올해 말에 비트코인이 20만 달러(약 2억8800만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 시세 하락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

트럼프 "비트코인 전략준비자산으로 보유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1월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가 선거 기간 내내 친(親)가상자산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세계 최대 가상자산 연례행사인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 미국 대통령을 지냈던 인물 중 최초로 참석하기도 했다.

그가 언급한 가상자산 산업 관련 공약 중 핵심은 비트코인을 미 연방정부의 전략준비자산으로 보유하는 정책이다. 전략준비자산이란 통화 당국이 무역 불균형이나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는 통화, 원자재 등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일컫는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준비자산은 금, 외화, 특별인출권(SDR) 등이다. 비트코인이 전략준비자산이 되면 미국은 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데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무엇보다 가상자산 업계에 이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 입지를 강화하게 되는 핵심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는 시세가 정치적·경제적 이슈에 따라 크게 출렁인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으면 특히 기업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2023년 전통 은행이 위기에 빠졌을 때 비트코인은 안전자산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유럽의 크레디스위스가 파산했다. 이에 증시는 내리고 금값은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전형적인 금융위기 때 나타나는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위험자산 중에서 가상자산은 오히려 가격이 상승했다. 전통적인 금융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이 시스템과 관계없는 자산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현재 미 정부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 20만7000개(약 210억 달러)를 재무부의 준비금으로 돌리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미 정부가 가진 비트코인은 시장에서 매입하거나 채굴해 얻은 것이 아니다. 2020년 이후 사이버 범죄자들로부터 비트코인을 압수한 물량이다. 문제는 미 정부가 이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놓으려 한다는 점이다.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가상자산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물량을 재무부의 준비금으로 전환한다면 시세 하락에 대한 우려도 사라지게 된다. 

더불어 트럼프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던 게리 겐슬러를 취임과 동시에 해임하겠다고 약속했다. 겐슬러 전 위원장은 그동안 가상화폐 산업에 대해 단속과 강력한 규제를 추진해 오면서 업계의 반발을 불러온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업계 대표들로 구성된 비트코인 및 가상자산 자문위원회 설립, 미국 중앙은행디지털화폐(CDBC) 반대 등을 약속했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 땐 7만 달러까지 하락할 수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기대감은 이미 비트코인 시세에 반영됐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월21일 오후 2시40분 비트코인은 10만1508달러(약 1억4610만원)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6.84% 급등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1월20일 오후엔 10만8710달러까지 치솟았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사상 최초로 1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새해 들어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9만 달러 선이 위태로워지는 등 크게 하락했다. 미 인플레이션 수준이 다시 심화되면서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월1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트럼프 취임식이 다가오자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반등한 것이다.

비트코인 외에도 시총 3위인 리플의 시세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10월까지 개당 0.5달러에 머물던 리플은 같은 해 11월 미 대선 이후 1달러 선을 돌파하더니 올해 1월19일 3.35달러까지 급등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시세가 7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트럼프의 밈(meme) 코인인 '오피셜 트럼프'도 크게 올랐다. 1월17일 출시된 이 코인은 7달러에서 시작해 취임식 직전인 1월19일 오후 7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후 시세가 하락해 1월21일 오후 34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밈 코인은 온라인상에서 발생한 밈에 영감을 받아 만든 코인을 뜻한다. 아무런 기능이 없어 투기 대상으로 매매된다.

시장에선 비트코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진다. 영국 스탠다드앤차타드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비트코인이 올해 말 2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은행의 디지털 자산 연구 책임자인 제프 켄드릭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더 많은 기관투자가가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식스대학교 재무학 교수인 캐롤 알렉산더도 올해 비트코인이 2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밈 코인의 등장에 주목하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 소재 리서치 및 브로커리지 업체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밈 코인을 가지고 있고, 이 사건은 새로운 규제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신호"라며 "밈 코인 출시로 가상자산 개발자들은 혁신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대중에 직접 지지를 호소하고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세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가상화폐 전문지 크립토폴리턴은 바이든 정부 시절에 크게 증가한 미국의 대규모 부채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전문지는 1월21일 "36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 정부 부채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첫날부터 직면할 큰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부채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보유 비중을 낮춰 가상자산 시세가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 매체는 이 문제로 비트코인이 7만 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부채 문제를 비트코인 전략준비자산 보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만, 비현실적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미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는 약 210억 달러로 정부 부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으로 전체 국가부채를 변제하려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1억7300만 달러의 천문학적 수준이어야 하는 만큼 이런 아이디어는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거시경제에 대한 불확실성도 비트코인 하락을 불러올 요인으로 꼽힌다. 마이크 맥글론(Mike McGlone)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소속 시니어 매크로 전략가가 1월16일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거시경제적 상황의 변화와 올해 미국 연준이 예상보다 금리를 덜 인하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비트코인 10만 달러 저항선이 지지선으로 전환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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