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상승, 엔캐리트레이드 규모 축소 서서히 진행될 듯
6개월마다 금리인상 예상, 다음 금리인상은 7월?
트럼프 변수 상존, 미 정책에 따라 인하 가능성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1월 2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1월 2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6개월 만에 0.5%로 인상하며 기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서 탈피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결정은 17년 만에 이뤄진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인상으로 일본은 장기간 이어온 초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금리있는 시대'로 본격 진입했다. 일본 경기가 활기를 띠는 가운데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올해 7월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수는 안정, 트럼프 변수만 조절된다면


26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BOJ는 지난해 3월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어 지난해 7월 금리를 0.25% 정도로 올렸고, 이번에 다시 0.5%로 인상했다.

1995년 이후 일본의 정책금리가 0.5%를 초과한 적이 없었음을 고려하면 이번 인상은 일본 경제와 통화정책에 큰 전환점이 되는 조치로 평가된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금리인상 배경에 대해 "현재의 실질금리는 극히 낮은 수준"이라며 "경제와 물가 전망이 실현되면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대기업들이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1%(2023년 기준)를 기록하며 경제 회복세를 보인 점도 금리인상의 주요 근거로 언급됐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외부 요인은 금리 정책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에다 총재는 경고했다. 미국의 금리 정책 변화가 일본의 경제와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에다 총재는 "지금까지는 예상 범위 내에 머물러 시장에서도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도, 향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매우 불확실성이 높다. 어느 정도 확실해지면 전망에도 반영해 금리 정책 운영에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과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과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엔저 끝물, "금리인상은 이제 시작"


BOJ의 금리인상 발표 이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55엔 선에서 정중동이었으나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장기적으로 우상향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엔저로 쏠쏠한 실적을 냈던 일본 수출 기업들에게 엔화 강세는 반대로 도전 과제다.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일본 제품의 해외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처럼 가격 민감도가 높은 산업군이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긍정적인 요소가 더 커서다.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금리가 0.5%로 인상되면 일본 가계 전체에 연간 약 6000억엔(약 5조5250억원) 정도의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차입하고,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금리가 오르면 엔화 차입 비용이 증가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성이 줄어든다. 다만 엔 캐리 트레이드 축소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시장 규모가 과거보다 작아져 그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분석가들은 BOJ가 약 6개월 간격으로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을 점치면서 다음 금리인상은 올해 7월로 예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이제 '금리있는 세계'로 들어섰다며 이번 변화가 가계와 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히신문은 BOJ의 금리인상이 여전히 초저금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작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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