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 공급 차질…시장 양극화 심화 우려

아파트값 상승세가 멈췄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주간 아파트 시세를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새해에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서울 아파트값도 9개월여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거래량도 줄어들었다. 계절적 비수기에 강력한 대출 규제와 정치적 혼란까지 겹치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매수 심리가 가라앉은 모습이다. 거래가 줄어들고 매물이 쌓이는 걸 보면 전형적인 조정기라 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오른 곳은 신축이거나 재건축 이슈가 있는 단지들뿐이었다.

경기가 나쁘면 집값도 약세로 가는 게 정상이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주택시장도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보는 게 이치에 맞다. 환율 상승이나 유동성 위축, 대출금리 인상 등은 모두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통화량이나 금리 영향이 크다.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대출 제한을 풀고 가산금리도 낮추고 있지만, 소비자가 정말 대출 문턱이 낮아졌다고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는 은행의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단은 이미 5%대에 진입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서울 일부 강남 아파트 단지들의 신고가 경신 소식이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아파트 시장은 그렇게 크게 뛰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하는 주택사업경기 전망 지수는 현재 2023년 1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9월부터는 서울도 떨어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는 하락 요인과 상승 요인이 겹쳐 있다.
 

2024년 11월13일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시사저널 임준선

2024년 11월13일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시사저널 임준선

부동산 시장 둘러싼 규제에도 불확실성 많아

상승 요인으로는 금리 인하로 방향을 잡은 통화 정책이나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는 수요 등이 꼽힌다. 반대로 하락 요인으로는 역시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 지방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 약화 등이 꼽힌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규제도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 당장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는 5월이면 유예 기간이 끝난다. 그 후는 지금 짐작할 수가 없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폐지도 계속 유지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집값이 전국적으로는 0.5% 하락하고 지역별로는 지방은 1.4% 하락,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1.7%와 0.8%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상황이 좀 달리 보인다. '공급 절벽'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올해 주택 분양 물량은 25만 가구로 추산된다. 아파트만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집까지 합친 수치다. 2017년부터 21년까지의 평균 수준인 32만 가구보다 많이 적다. 준공 물량 역시 33만 가구로 평균치인 52만 가구보다 적다. 준공 물량은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을, 분양 물량은 앞으로 2~3년 후 시장에 공급될 주택을 뜻한다. 절대적인 숫자도 적지만 준공보다 분양이 30% 가까이 더 적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 예상되는 내년 입주 물량은 26만 가구에 그친다. 당분간은 갈수록 더 줄어들 것이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주택은 평균 50만 가구가 공급돼야 하고, 그중 아파트는 30만~35만 가구가 적당한 수준이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주택산업연구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해 말까지 4년 동안 목표에 비해 50만 가구의 공급 부족이 누적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주택 공급의 문제는 대개 정권을 건너뛰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는 시장 회복과 규제 완화 효과로 수도권에서 인허가 물량이 매년 35만~40만 가구에 달했다. 그 결과 3~4년 후인 문재인 정부 초중반에는 꾸준히 연간 30만 가구에 육박하는 준공 물량이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에 주택 공급을 위한 노력이 소홀해지면서 말기에는 인허가 물량이 20만 가구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잘 안다.

주택 공급 차질은 전반적인 경기 하락 상황에서 공사비 급등과 건설회사의 사업성 악화 때문에 발생한다. 지난해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만 30곳이었다. 2020년 이후 공사비는 30% 이상 뛰어올랐다. 대형 건설사들도 대부분 원가율이 90%를 넘었다고 한다. 자재 가격도 상승했지만, 강화된 안전 규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늘어난 비용도 많다. 비가 오면 콘크리트 타설이 금지되면서 공기는 늦어지고 공사비는 늘어난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의 영향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있다.

선도지구 지정까지 마친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의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사업성 때문이다. 이미 재건축이 진행되던 현장도 공사비 문제로 사업이 중단된다. 지난해 정부가 서울에서 13만 가구를 조기 착공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대부분 실패한 것도 치솟은 공사비로 분담금이 늘어나면서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탓이다.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단계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 될 일이 아니다. 안전 규제를 다시 풀 수는 없는 일이고 사업성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부담을 줄여줘야 하는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나 공공기여분 축소는 논의에 진전이 없다.

물론 경기가 가라앉고 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단순히 공급이 줄어들었다고 바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지방에서 분양한 149개 아파트 단지 중 절반에 가까운 73곳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분양가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서울에서도 분양이 그리 쉽지 않았다.

"공급 확대보다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해야"

올해 건설투자도 역성장이 예상된다.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와 폐업은 더 늘어날 것이다. 7월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도 시행돼 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가산금리가 더해진다.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한 전반적인 시장의 회복은 어렵다.

이미 지난해에도 주택시장은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일반공급 물량은 전국의 5%에 불과했다. 청약자는 60만 명으로 전체 청약자의 40%를 차지했다. 부동산이 어느덧 투자자산이 된 탓도 있지만, 수요가 조금이라도 살아나기 시작하면 언제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다시 뛰어오를 수 있다. 2016년 시작돼 2019년까지 40%를 넘어섰던 서울만의 아파트 가격 급등도 가장 큰 이유는 줄어든 공급 물량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2.5%였지만,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93.6%였다. 2019년 이후 계속 낮아진 결과다. 가구 수 증가를 주택 수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가라앉아 있어도 구매력을 가진 수요층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억대 연봉 근로자는 12만 명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은 작년보다 5000가구 가까이 줄어든다. 지금의 수요 상황을 생각하면 총량적인 공급 확대보다는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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