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비트코인 더 높이 날아오르나

by 민들레 posted Jan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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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효과', 일시적이진 않을 것"
"가상자산 정책 변화, 韓 정부에도 시사점 제공"


비트코인 시장에서 2024년 12월 셋째 주는 역대 최고 가격과 최악 수준의 낙폭이 동시에 나타난 한 주일이었다. 12월17일 사상 최고가였던 비트코인은 사흘 후인 12월20일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며 떨어졌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7억 달러 가까이 자금 순유출이 일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 순유출이었다.

최악의 폭락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와 관련해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보유하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계획을 따를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 추진을 공약했었다. 연말 상승장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실망이 크다.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확정 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45% 넘게 급등했다. 가상자산 기업들은 공화당의 중요 기부자이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 주변에도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인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도지코인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던 일론 머스크는 물론이고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된 경제학자 스테판 미란도 가상자산이 경제 호황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된 폴 앳킨스도 가상자산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반대해 왔다.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에 대한 법안도 이미 미국 의회에 제출돼 있다. 법안은 정부가 5년간 비트코인 100만 개를 구매하고, 범죄 기업으로부터 몰수한 비트코인과 함께 최소 20년간 보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제정되면 정부의 매입에 앞서 비트코인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려 가격이 급등할 게 분명했다.
 

2024년 12월17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2024년 12월17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끓게 만들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예측이 가능한 내용이었다. 전략자산이란 국가가 안보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자원, 기술, 혹은 기반시설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원유 같은 필수 자원이 아니다. 높은 가격 변동성을 생각해도 중앙은행이 전략자산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해 비축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비축해온 엘살바도르는 과거 비트코인 가격 급락으로 무디스로부터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무리하더라도 법을 억지로 고쳐 연준이 비트코인을 사들이도록 할 수는 있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돈을 마련해야 하고, 재무부가 채권을 발행해 돈을 만들거나 연준이 돈을 찍어내야 한다.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일이다. 적어도 지금의 여건에서는 어려운 계획인데도 비트코인을 사들일 수 없다는 연준 의장의 말에 대해 실망이 컸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트럼프 시대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가상자산 규제 방향은 시장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가상자산 관할권을 두고 갈등이 일어난다면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자산 전담 규제 기구를 신설하거나 가상자산을 증권, 상품, 또는 완전히 새로운 자산으로 재분류하기 위한 검토를 활발히 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실에 디지털자산 자문위원회 설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규제 완화로 투입되는 자본이 늘어나면 결국 시장은 늘어난다. 이른바 '트럼프 효과'가 일시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4월 비트코인 반감기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거래 속도와 비용, 결제 등 확장성을 위한 기술 발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 국가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주요 금융기관의 투자가 급증했고, 가치 저장 도구로서 역할이 강조되면서 신뢰도도 높아졌다. 비트코인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기관투자가가 늘어나면 시장 확대는 이어질 것이고 장기적으로 미국 달러화의 불확실성이 비트코인의 가치 상승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가치가 널뛴다는 근본적 한계는 분명 있어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러나 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근본적 한계는 그대로다. 특히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상자산의 변동성은 일반투자자가 감내하기 힘들다. 2009년 1월 탄생한 비트코인은 2013년 4월1일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했는데, 그로부터 8일 후 230달러까지 뛰더니 3개월 후에는 71% 하락해 66달러로 떨어졌다. 2013년 후반에는 1000달러를 넘겼고, 그 후 2년간 다시 84% 하락했다. 2018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고, 최근의 급등 전에는 2022년과 2023년에 77% 폭락했었다.

지난 10년 동안 비트코인의 12개월 구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74%에서 최고 1402%까지 널뛴다. 이런 변동성에는 특별한 근거가 없다. 가상자산은 산업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이익도 매출도 수익률도 없다. 전통 금융자산과 달리 이자나 배당금 같은 현금 흐름과 연결돼 있지도 않다. 적정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운 가상자산의 특징은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규제 완화를 지향한다고 해도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려면 투자자 보호가 필수적이다. 흔히 비트코인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투자 위험도를 낮춰준다고 말한다. 수익도 엄청나다. 2010년 이후 비트코인은 연평균 162% 상승했다. 올해에만 133% 올랐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와 이를 기반으로 한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의 방향은 결국 투명성을 제고하고 혁신과 안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모으게 될 것이다. 디지털 지갑 보안 표준화나 거래소 보험제도 도입을 의무화할 수 있다. 가상자산은 통화인지 증권인지, 누가 어느 정도로 어떤 절차를 밟아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법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사실 중앙정부가 전략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한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신뢰도를 높이고 수요를 확대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요인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지고 규제의 필요성도 늘어난다는 양면적 측면을 갖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변화는 우리 정부와 업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투자자 보호에는 도움이 되지만, 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은 미흡하다. 기술 혁신과 시장 투명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세계적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금 세탁 방지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규제 틀을 정비해 투자자 보호와 혁신을 함께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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