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후 첫 FOMC
트럼프 “금리 인하해야” 발언 불구
선물시장 1월 금리 동결 확률 98%
하반기 갈수록 물가 상승 우려
트럼프-연준 정면 충돌 가능성도
일각선 하반기 고용·물가 안정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7년 함께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7년 함께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오는 28~2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개최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열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정례회의다. 월가 등의 전문가들은 당장 이번 회의에서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번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트럼프의 금리 인하 발언에 맞서는 발언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25일(현지 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이번 1월 FOMC에서 연방준비제도가 4.25~4.5%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동결할 확률은 97.9%다. 금리 인하 확률은 2.1%에 그쳐 사실상 연준의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유가가 최근 하락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시장의 금리 전망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따. 앞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또 “유가가 떨어지면서 난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금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를 따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날 별도의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파월 의장을 만나겠다”며 “내 생각엔 내가 그들보다 금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도 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 채권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4.65%로,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4bp(1bp=0.01%포인트) 올랐다.

이는 시장이 발언의 현실성을 낮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 들이 대선 기간 중 파월 의장을 압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번복하는 등 연준 관련 불확실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FOMC 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할 경우 그만둘 것이냐는 기자 질의에 “안 하겠다”고 답하며 연준의 독립성 유지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법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이에 시장은 현재 경제 상황과 연준 관계자들의 메시지를 통해 1월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2월 FOMC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추가 금리 조정에 더 신중할 수 있다”며 “여기서부터 (통화정책의) 새로운 단계”라며 연속적 금리 인하 단계는 끝났음을 시사했다.

이후 FOMC 위원들도 대체로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베스 해맥 연준 이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금리는 적당히 제한적”이라며 “금리 인하전 상당한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는 최근 “현재 물가 안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며”며 “경제는 견조해 상황을 지켜볼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2.9% 올라 직전월 상승률 0.3%, 2.7%보다 높았다. 다행히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2% 상승해 11월 상승률(각각 0.3%, 3.3%)을 하회했다. ING이코노미스트 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정책을 고려할 때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하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증가세 둔화와 인플레이션 개선을 뚜렷이 확인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1월에 금리를 내릴 확률은 없으며 3월 금리 인하도 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 별로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ING는 시간이 갈수록 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우선 다음달 중 비농업분야 일자리 보고서의 연간 개정작업을 거칠 경우 원래 알려졌던 것보다 미국 고용이 훨씬 약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10년물 국채 금리가 높아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도 금리 인하 요인이다. ING는 보고서에서 “높은 국채 금리는 경제 활동에 대한 역풍을 키우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2025년 하반기에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조금 더 금리를 인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시간이 흐를 수록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것이란 시각도 만만찮다.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교수는 “트럼프가 내세운 관세 부과와 대규모 재정적자 탓에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금리는 오직 한 방향,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폴 크루그먼 뉴욕대 교수도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블랙록 CEO인 래리 핑크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위험은 우리가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지났다고 믿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시나리오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연준이 정면 충돌하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트럼프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인사권 등을 행사할 경우 연준의 독립성 침해를 우려해 시장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이달 초 전미경제학회에서 “연준의 독립성은 인플레이션과 시장에 매우 나쁜일 ”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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