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사상 최고치를 오가던 뉴욕증시가 닷새 만에 소폭 하락을 기록했다. 1월 마지막 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기술 기업 실적이 한꺼번에 공개되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현지시간 24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하루 전 사상 최고치에서 17.47포인트, 0.29% 내린 6,101.24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엔디비아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의 하락에 전날보다 99.38포인트, 0.5% 하락한 1만 9,954.30,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140.82포인트, 0.32% 밀린 4만 4,424.25로 거래를 마감했다.
뉴욕 상업거래소에서는 국제 금가격만 0.43% 상승한 트로이 온스당 2,777달러로 안전 자산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나타났다. 다만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다음 주 통화정책 변수로 인해 2bp(1bp=0.01%) 하락한 4.617%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지원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비트코인 등 주요 자산들의 가격은 크게 오르지 못했다. 뉴욕증시 마감 시각 미국 코인베이스 거래가격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48% 오른 10만 5,300달러선에서 움직였고, 이더리움은 3.52%, 솔라나는 4.33% 등을 기록했다.
이날 나온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와 S&P글로벌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미국의 서비스업, 고용 지표 약화에 대한 우려가 일부 반영됐다. 미시간대에서 집계한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이달 초 1차 집계보다 약 1.5포인트 내린 71.7포인트에 그쳤고, 향후 6개월간 경기 기대지수는 69.3으로 이전 조사 70.2보다 낮았다. 미시간대의 조앤 슈 조사 책임은 “실업률이 향후 상승할 것으로 응답한 비율이 47%로 팬데믹 이후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 정책을 두고 기업체들의 신중한 움직임도 지표로 나타났다. S&P글로벌에서 제조업 기업활동과 서비스업황을 추적한 복합 PMI 지수는 1월 20일 기준 52.4포인트로 지난해 말보다 3포인트 감소했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선을 기준으로 이를 넘어서면 경기 확장, 반대는 위축 국면으로 판단한다. 서비스업 활동지수가 52.8포인트로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지만, 제조업 생산은 50.2로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S&P글로벌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규제 완화, 보호무역이 팬데믹 이후 고전하던 제조업체들의 회복 기대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자극 요소인 기존 주택 판매 12월분은 한 달 전보다 2.2% 증가했다. 그러나 연간 전체 판매량은 406만 채에 그치면서 1995년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미국 주택 시장은 연 7%를 오가는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와 부족한 주택 재고 등의 압력을 받으면서 거래 수요가 좀 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날 실적 발표 기업인 넥스트에라 에너지(티커, NEE)는 4분기 매출액 53억 9천만 달러로 컨센서스인 75억 7천만 달러를 밑돌았고, 주당순익은 53센트로 예상과 같았다. 2025년 연간 가이던스도 주당 3.45달러에서 3.70달러로 컨센서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존 케첨 최고경영자는 이날 AI로 인한 데이터 수요 증가에 맞춰 아이오와주의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천연가스 발전을 위해 GE버노바(티커, GEV)와 협업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주가를 밀어올렸다. 넥스트에라 에너지는 이날 5.2%, 반면 GE버노바는 -3.93%로 엇갈렸다.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티커, VZ)은 4분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1.6% 오른 357억 달러로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했고, 조정 주당순익은 1.10달러로 예상에 부합했다. 후불 모바일 가입자가 컨센서스보다 12만 명 많은 56만 8천명을 기록하면서 0.94% 상승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티커, AXP)는 2025년 연간 가이던스로 매출액 성장 8~10%, 주당순이익은 15달러에서 15.5달러로 월가 전망에 대부분 부합했지만, -1.38% 하락했다. 트루이스트 증권은 “항공사에서 제휴 카드를 통한 강한 실적을 기록하고, 카드 소비가 증가해 일부 가이던스 상향 기대가 있었다”며 주가 하락의 배경을 설명했다.
당뇨와 비만 치료제를 전문으로 하는 덴마크 기업 노보 노디스크(티커, NVO)는 이날 아미크레틴(Amycretin) 차기 비만 치료제 임상 1b/2a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소식에 8.5% 강세를 보였다. 회사측 발표에 따르면 9개월간 매주 20mg씩 투약한 환자 군에서 22% 체중 감량을 보였고, 5mg 투약 집단은 16.2% 감량 성과로 기존 약물을 넘어섰다. 약값 인하 압력과 경쟁으로 하락하던 비만 치료제 관련 기업들도 이날 동반 반등했다. 덴마크 경쟁사 질랜드 파마는 4.5%, 미국 최대 제약사인 일라이릴리(티커, LLY)는 2.43% 상승했다.
다음 주 기술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메타 플랫폼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2025년 메타 플랫폼의 자본지출을 6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인 올해 투자 규모 514억 달러를 100억 달러 이상 상회하는 기록이자, 작년 지출액의 160% 규모에 달하는 금액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플랫폼 최고경영자는 “가장 중요한 기술을 놓칠 위험보다 약간의 재정적인 손실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참여한 ‘스타 게이트 프로젝트’로 AI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코샤 캐피탈은 “AI 기술에서 뒤처질 경우 시장은 돌아설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메타의 이러한 투자 계획 발표에도 인공지능 추론 훈련에 필요한 가속기 생산업체인 엔비디아 주가는 3% 넘게 하락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 테크 크런치 등이 트럼프 정부의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자금 부족 문제를 지적하면서 엔비디아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내 데이터 센터 구축에 약 1,000억 달러에서 최대 5,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에서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각각 약 150억 달러만을 투자할 전망이다. 이번 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러한 문제를 소셜 미디어 엑스(X)를 통해 공개하면서 백악관 고위 참모들과의 마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말 중국에서 공개한 딥시크(DeepSeek) R1 기술이 2천개 규모의 적은 반도체를 사용하는 등 관련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에 밀려 AI반도체 공급에 부진을 겪어온 AMD는 MI300X시리즈를 딥시크-V1에 공급했다고 밝히는 등 관련 업체간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이 쉬어가는 1월 마지막 주인 다음 주 미국 증시에는 실적과 주요 지표가 쏟아져 나온다. 27일 AT&T와 소파이, 뉴코어 등으로 시작해 28일 보잉과 록히드마틴, RTX 등 방산주와 스타벅스, 처브가 실적을 공개한다.
현지시간 수요일인 29일은 미 연준(Fed)의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이날과 하루 뒤인 30일은 시총 1, 2위 기업들의 실적이 함께 공개된다.
29일은 개장 전 유럽 시총 4위 기업이자 유일한 극자외선 장비 생산업체 ASML, 마감 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테슬라, 램리서치 등이 실적을 내고, 이튿날엔 장 마감 이후 애플, 인텔, KLA가 분기 성과를 발표한다. 마지막 날인 31일은 1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엑스모빌, 쉐브론 등 다음 한 주간 가장 시장 파급력이 큰 어닝 시즌을 보낼 전망이다.
한국경제TV